사적인 투어
군산에 새기고 온
영 자매의 첫 여행
‘동료’라는 연결고리로 만나 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됐다는 세 사람이 특별한 추억을 새기기 위해 군산으로 떠났다.
첫 여행이라 더욱 강렬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 영 자매의 여행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인재경영처 김미영 사원 / 물산업혁신처 김순영 사원 / 비서실 김수영 사원
📝글. 허승희 / 📷사진. 신현균
우리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사회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오랜 시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과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을 만큼 친해질 확률은 사실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만난 이 세 사람은 이제 동료를 넘어 절친 그 이상의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발랄한 큰 언니 김미영 사원과 싹싹한 막내 김순영 사원, 이들의 사이에서 에너지 완급 조절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영 사원까지 환상의 조합을 자랑하는 이들은 세 사람의 이름 끝 글자를 따서 ‘영자매’라 자신들을 소개했다.
“안 그래도 여행 한 번 가자고 얘기가 나오던 중이었어요. 셋이서 여행을 떠난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러던 차에 사보에서 ‘추억여행’을 떠날 직원들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이거다!’ 싶었죠. 저희 영 자매의 첫 여행이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 기대돼요!” 세 사람의 인연은 사내 도서관에서 시작됐다. “사내 도서관에서 자주 눈이 마주치더라고요. 눈에 익은 다음에는 어색하게 눈인사만 하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여행까지 오는 사이가 될 줄 알았다면 그때 좀 더 다가가 볼 걸 그랬어요.” 동료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던 김수영 사원은 좋은 사람들을 늦게 만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고 전했다.
이번 여행을 먼저 제안한 사람은 김미영 사원이다. 늦게 친해진 만큼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김순영 사원이 단박에 ‘오케이!’를 외쳤고, 김미영 사원이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세 사람은 군산으로 첫 여행을 떠났다.
군산 여행은 처음이라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단 하나, ‘인생샷 남기기’다. 그래서 여행을 앞두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이 많았다. 김미영 사원과 김수영 사원은 화사한 원피스를, 김순영 사원과 이번 여행의 초대 손님인 김미영 사원의 아들 재희는 흰 셔츠를 택했다. 그탓에 김순영 사원과 재희가 꼭 모자 사이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김순영 사원은 바로 그걸 노렸다며 자신의 위트가 통했다는 듯 웃음 지었다.
사실 오늘 여행은 첫 코스부터 만만치 않았다. 오전부터 서해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대장봉 전망대를 등반하기로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등산복 차림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는 없는 노릇. 힘들게 오른 곳에서는 마치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와 하늘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이 탁 트이는 배경을 뒤에 두고 인증샷을 많이 남긴 세 사람은 첫 번째 목표를 이뤘다는 보람을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장봉을 떠났다. 다음 코스는 장자도에 위치한 카페. 기막힌 오션뷰를 자랑하는 카페에서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수다 삼매경에 푹 빠졌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재희가 단잠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장봉에서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더니 지쳤나 봐요. 카페에서 얼마나 맛있게 자는지, 덕분에 저희 셋이 마음 놓고 수다를 떨었어요. 사실 셋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대장봉에서는 재희에게만 집중했어요.”라며 김미영 사원이 유쾌한 비결을 전했다.
오늘 이 순간이 영원히 남도록
오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유명한 초원사진관이다. 냅다 사진관 안으로 들어가려는 재희를 붙잡아 “여기서도 한 장만 찍자!”라며 사진관 앞에 멈춰 세웠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포즈를 바꿔 취하면서 연신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세 사람. 이들이 왜 서로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서로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초원사진관 구경을 마친 재희가 이번에는 맞은편의 슈퍼마켓으로 곧장 달려갔다. 재희의 발길을 따라간 곳에는 반가운 간식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추억의 옛 과자들이었다. “어머, 꾀돌이 진짜 오랜만이다!” 김순영 사원은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간 듯 신나게 과자를 골랐다. 한 손에는 쫀드기를 한 손에는 과자를 쥔 채 슈퍼마켓을 나오는 이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 같았다.
“우리 여기도 가봐요!”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 짓기 위해 김순영 사원이 이끈 곳은 흑백사진관이었다. 사진기사의 말에 따라 여러 자세를 취해가며 플래시 세례를 받은 뒤 사진을 고르는 시간. 딱 한 장만 고를 수 있다는 말에 세 사람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오늘 이렇게 같이 나오니까 정말 재미있네요. 저희 세 명이 정말 잘 맞는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내년에는 해외여행을 가려고 돈도 모으는 중이랍니다. 모임 이름도 지었어요. 저희 이름 앞 글자를 따서 ‘순수미’라고요.” 셋이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남기고 싶은 건지 그들의 스마트폰에서 쉬지 않고 셔터음이 들렸다.
단 하루 군산에서의 여행만으로도 이들은 더욱 돈독해진 듯 보였다. 오늘을 시작으로 세 사람의 추억의 책장이 빠르게 채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