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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스포츠
골프의 아이러니
푸릇푸릇한 잔디, 눈이 시원해지는 조경, 하늘을 지붕 삼아 즐기는 취미 생활.
이처럼 골프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정작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골프 붐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고 한다.
골프와 자연의 상관관계를 짚어 본다.
📝글. 조수빈
나무를 베어내 만든 녹색 사막
골프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몇 년 새 국내 골프 시장 규모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골프장은 499개이다. 골프장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표준 코스인 18홀을 기준으로 한 곳당 약 100만㎡ 정도의 땅이 필요하다. 이는 축구장 150개와 맞먹는 크기이다. 여기에 골프장 외 숙박시설이나 휴게시설 등을 포함하면 면적이 더 커진다. 그 말인즉 골프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땅의 면적이 어마어마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국내 전체 체육시설 중 골프장의 비중은 0.98%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면적으로 따지면 전체 체육시설의 89.68%를 차지하고 있다. 단일 체육시설로는 최대 면적이다.
이처럼 골프장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특히 골프장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녹지’인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반 이상이 산지 지형에 해당한다는 데 있다. 산지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면 대규모 벌목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지형과 자연경관의 변화가 필연적으로 생긴다. 2017년부터 약 5년간 골프장 신설을 위해 벌목된 나무는 약 159만 그루, 이는 1년간 탄소 약 1만 4,000t을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골프장 문제는 ‘건설’에서 끝나지 않는다. 녹지시설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물과 농약 사용도 불가피하다. 실제로 전국의 골프장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은 하루 44만 7천t. 이는 150만 명이 하루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골프장에 사용된 농약은 213t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의 고갈이나 오염의 문제도 야기된다.
‘환경파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노력
이러한 문제들은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무분별한 산림 파괴로 야생동물들은 서식지를 잃고, 토양에 잔류된 농약들은 식물의 성장을 저해시키며 지하수 고갈은 가뭄으로 연결된다. 생물다양성 감소도 피할 수 없다. 비단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는 농경 생활의 피해를 입히고, 골퍼들에게는 피부, 호흡기 등의 자극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다행히도 이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보다 친환경적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는 전국 5개 쓰레기 매립장 및 폐광을 활용해 골프장을 조성했으며, 환경부에서는 ‘농약 사용 저감 우수 골프장’을 선정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잘 자라는 난지형 잔디를 심거나,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해 천연식 물보호제를 쓰고, 정기적인 공기순환을 통해 잔디의 생육조건을 개선하거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비관리구역’을 늘리는 골프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022년 이후 전국 골프장에서 잔디를 위해 사용하는 농약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이밖에 험한 산지 지형임에도 능선과 계곡 등 자연 지형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적절하고 지능적인 코스를 마련하는 등 자연친화형 설계를 내세운 골프장도 여럿 생기고 있다.
일상에서 환경오염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노력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진짜 건강한’ 스포츠에 대한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