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여지도

서울의 심장
중구 매력 탐방

서울의 심장부에 위치한 중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묘한 매력을 가진 도시이다.
도시의 역동성에 가슴이 빠르게 뛰다가도 세월의 이야기 앞에서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두 가지 매력이 공존하는 서울을 걷는다.

📝글. 조수빈  /  📷사진. 박갑순

서소문 역사공원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칠패로 5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운영 09:30~17:30,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2-3147-2401

역사와 예술 그리고 자연의 조합

서울 서소문은 경의중앙선과 서울역, 서울시청까지 끼고 있어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곳에 무심하게 공원이 하나 툭 놓여 있다. 서소문역사공원이다. 서소문은 조선시대 때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잦던 곳이었다. 삼남지방(충청, 전라, 경상도)으로 가는 관문인 데다 큰 시장인 칠패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에서 서소문역사공원은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통행량이 많아 형벌의 엄중함을 알리기 좋다는 이유로 처형장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조선의 신분제도 개혁을 꿈꿨던 허균 등 사회개혁 세력들뿐만 아니라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되었다. 오래전 많은 목숨이 희생되었던 이 장소는 현재 ‘서소문역사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시민들에게 쉼터로 곁을 내어주고 있다. 공원은 역사적 사실을 담아낸 예술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원 입구 순교자 현양탑, 망나니들이 칼을 씻었다는 ‘뚜께 우물’을 비롯해 곳곳의 조형물들이 당시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계절 꽃과 나무, 햇볕은 상처란 모른다는 듯 화사하게 공간을 비추고 있다. 공원 사이로 난 산책로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으로 이어진다. 사면이 모두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박물관은 그 자체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상설전시를 비롯해 기획전시, 미디어아트, 미사 등의 이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니 꼭 들러 보길 추천한다.

망우삼림 현상소 & 20세기인쇄사무실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08, 3-4층운영 운영 13:00~19:00, 매주 수요일 휴무 문의 0507-1309-0563

‘사진’이라는 아날로그적 낭만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 앞. 회색 건물 창문에 ‘忘憂森林’이라는 글씨가 붉게 빛나고 있다. 한층 위에는 ‘20世紀印刷事務室’이라는 글씨가 한자로 쓰여 있다. 바깥에서부터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은 ‘필름 사진 좀 안다’라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망우삼림이다. 망우삼림은 윤병주 사진작가의 취향을 가득 담은 필름현상소이자 인쇄소이다.
‘나쁜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망각의 숲’이라는 뜻을 가진 공간의 이름에서 사진에 대한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듯 공간 곳곳에서 ‘사진’이라는 예술을 보다 깊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고민이 느껴진다. 먼저 공간을 채운 오브제들이 눈에 띈다. 빈티지한 초록색 커튼, 꽃무늬 테이블보, 홍콩영화에서나 볼 법한 시계, 옛날 담배 진열대로 만든 필름 진열장 등 무엇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소품들 덕분에 마치 어릴 적 앨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드는데, 실제로 윤 작가는 추억과 기억을 건드리기 위해 소품들을 엄선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게다가 모두 실제로 작동하는 물건들을 둬 공간의 생생함을 더하고 있다. 한 층 위 4층은 20세기인쇄사무실인데, 이곳에서는 인화한 사진으로 프린팅 티셔츠, 모자 등 자기만의 굿즈를 제작할 수 있다.
필름 사진이란 사진 찍을 때마다 필름을 갈아 끼우고, 현상소에 찾아가 인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귀찮음을 감수하면서도 지금 이 시간을 영원히 남기고픈 사람들에게 망우삼림은 행복한 기억만을 엄선해 새겨 주고 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운영 운영 홈페이지(ddp.or.kr) 참고 문의 02-2153-0000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인 성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우주선을 닮은 건물 하나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다.
마치 초대형 우주선이 불시착한 모습을 닮은 DDP는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물로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디자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외관 덕분에 패션쇼, 투어 등 다양한 문화 행사의 배경이 되고 있으며, 매년 연말이면 건물 자체를 하나의 커다란 캔버스로 활용해 휘황찬란한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진다.
실내 공간에서도 예술의 향연은 계속되는데, 즐길 거리가 워낙 많으니 취향에 따라 관람 계획을 잘 세워두는게 좋다. 우선 문화예술을 좋아한다면 전시가 연일 진행되고 있는 1층 전시실로 발을 옮기자.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을 좀 더 연구하고 싶다면 그래픽, 건축, 뷰티·패션, 라이프스타일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잡지를 총망라해 놓은 3층 매거진 라이브러리를 방문하면 된다.
최근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지하 2층의 디자인스토어다. 서울 도시 브랜드인 ‘SEOUL MY SOUL’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숍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서울 특유의 발랄한 에너지를 담은 소품들부터 15년 만에 새롭게 변신한 해치를 활용한 캐릭터 패션소품, 키링 등이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MZ세대의 마음까지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으니 이 공간을 ‘서울 예술’의 축소판이라고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