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갈지도
새로운 영감이
일렁이는
파주
북한 접경 도시, 군사보호구역….
파주를 수식하는 단어는 꽤 전투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파주는 다르다.
상흔 대신 산뜻한 바람이 맴돌고,
알록달록한 이야기가 감성을 자극하는 도시로
계속해서 변신 중이다.
📝글. 📷사진. 성혜선 여행작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평화의 바람이 부는 언덕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우리가 절대 닿지 못할 그곳이 있었다. 군사분계선에서 7km 남쪽으로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실향민을 위해 세워진 임진각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피폭된 임진강 철교와 자유의 다리, 민간인 통제 지역과 그 너머가 한눈에 들어온다. 철조망으로 막힌 길, 6·25 전쟁 당시 군수 물자를 싣고 가던 중 장단역에서 피폭된 경의선 증기기관차, 끊긴 철로 등을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전쟁의 아픔과 분단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지만 색색깔의 바람개비들이 날리는 공원 언덕을 거닐며 평화에 대한 소중함도 얻는다.
전쟁 포로를 교환하기 위해 가설한 자유의 다리, 지하 벙커 전시관 등 많은 전쟁 유물들이 있다. 실향민들이 명절이나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찾아와 배례하는 망배단 앞에선 가슴 한쪽 편이 아련해진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을 연결하는 임진각 평화 곤돌라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마장호수
호수 위를 가르는 발걸음
호수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지만, 바람 따라 발걸음 따라 출렁대는 다리를 건널 수 있는 곳은 손꼽힌다. 마장호수는 야생화,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봄, 가을에 특히 관광객이 많지만, 쾌청하고 고요한 호숫가를 돌아볼 수 있는 이 계절도 생각보다 괜찮다. 산과 호수를 끼고 있어 아름다운 풍경은 말할 것도 없고, 걸음걸음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걷는 것도색다른 재미다. 단,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살짝 각오를 해야 할 수 있다. 호수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순환형 산책로가 있어서 물길 따라 산책을 즐기기 좋다. 따스한 계절엔 수상 레포츠도 하고 낙조까지 보면 딱이다.
호수 위 수상데크와 수변데크 산책로가 600m가량 이어져 호수 풍광을 감상하면서 걷기 좋다. 동절기엔 출렁다리 이용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니 참고해두자.
파주 출판단지
종이책에 파묻히기 좋은 시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겨울에도 출판업계는 봄을 맞고 있다. 국내 굴지의 출판사부터 서점, 북카페, 갤러리, 박물관, 책과 함께 묵어갈 수 있는 북스테이까지 있는 파주 출판단지는 하루 이틀쯤, 책 향기와 글자에 파묻히기 좋다. 책 13만여 권이 빼곡한 지혜의 숲, 금속활자 3,500만여 자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쇄기가 있는 활자의 숲이 제일 인기다. 하지만 파주 출판단지의 매력에 좀 더 깊이 젖어보고 싶다면 주변의 북카페를 방문해보자. 아늑한 공간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며 종이책을 넘기다 보면 이게 최고의 겨울 낭만이 아닐까 싶다.
운치 있는 담쟁이 건물에 자리한 ‘북카페눈’, 어린이 전문 북카페 ‘밀크북’, 건물 자체만으로도 화제인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헌 책방골목에 위치한 고즈넉한 ‘블루박스’까지. 연령대부터 취향까지 맞춤형인 북카페가 많다.
헤이리 예술마을
예술로 가득 찬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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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예술마을에 도착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예술가와 눈, 그리고 겨울. 왠지 참 어울리는 조합이란 생각이 든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터를 잡는 그 순간부터 특별했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황무지에 터를 잡고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고 마을을 가꿨다. 되도록 자연과 마을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몇 가지 원칙은 지키되 각자의 개성을 담아 공간 자체가 예술인 마을이 탄생했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갤러리, 작업실, 공방, 소극장, 레스토랑, 카페 등을 누릴 수 있다. 다채로운 분야의 전시와 공연이 열리고 체험도 가능하다. 아무래도 겨울엔 야외 활동이 어려워 제약이 따르지만, 고요하게 걸을 수 있는 이 계절이 오히려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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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따라 끌리는 대로 걸어보자. 크고 작은 갤러리에서 예술가들의 전시를 둘러보고 캔들 만들기, 은 공방 체험 등도 해볼 수 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 소품 가게들도 많아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