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쓸모
세상을 바꾼
새로운 아이디어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
비범한 행동도 거대한 혁명도 아니다.
단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필요할 뿐이다.
세상을 바꾼 작지만 위대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글. 조수빈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발명품
단풍나무에는 열매와 씨앗이 있다. 열매 하나에는 씨앗이 두 개씩 들어있는데, 이 씨앗의 생김새가 특이하다. 씨앗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뻗은 기다랗고 넓적한 이파리가 달려있어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퀴디치 볼을 연상케 한다. 이 날개 같은 이파리 덕분에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에서 씨앗이 톡 떨어져 핑그르르 회전하며 멀리까지 날아간다. 바람을 타고 먼 곳까지 날아간 씨앗은 아주 천천히 낙하해 상처를 입지 않은 채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린다. 땅에 뿌리가 박혀 있는 단풍나무가 먼 곳까지 번식할 수 있는 이유이다.
단풍나무 씨앗의 비행 전략에서 힌트를 얻은 발명품이 있다. 15세기 중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빙글빙글 돌며 멀리까지 날아가는 단풍나무 씨앗을 보고 비행물체의 도면을 그렸다. 이것이 오늘날의 헬리콥터 프로펠러다. 그는 처음 질기고 성긴 아마천에 녹말풀을 먹여 5m 프로펠러를 설계했다. 동력이 충분하지 않아 하늘을 나는데 단번에 성공한 건 아니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들어 20세기, 마침내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인간의 꿈은 이뤄졌다. 단순히 번식을 위해 진화를 거듭했던 식물이 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인간의 꿈을 이루게 해 준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무엇일까.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답은 ‘코카콜라’다. 전 세계에서 매일 19억 개 이상이 판매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이 음료에도 위기가 있었다.
1900년대 코카콜라의 폭발적인 인기에 위협을 느낀 경쟁업체에서 유사품을 찍어내기 시작한 것. 당시만 해도 코카콜라 병은 형태가 단순해 모방이 쉬웠다. 이를 막고자 코카콜라에서는 병에 로고를 새겨 넣었지만 ‘코카놀라’, ‘토카콜라’, ‘코크’ 등 교묘하게 스펠링만 하나씩 바꾼 모방품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이때 등장한 아이디어가 바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된 병을 만들자는 거였다.
1915년, 500달러의 포상금을 걸고 열린 디자인 공모전의 조건은 딱 하나였다. ‘어두운 곳에서 만지거나, 깨진 병 조각으로도 코카콜라 병인 줄 알아야 한다’. 이 공모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곡선형의 콜라병이 만들어지게 됐다. 가운데가 볼록하고 겉면에는 흐르는 듯한 세로 선이 새겨진 모양의 병은 1916년 공식 디자인으로 지정되었으며, 당시 한 조사에 따르면 코카콜라 병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국인은 1%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코카콜라는 새로운 디자인 전략으로 지금까지 음료 산업에서 부동의 원톱 자리를 꿰차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
전투식량의 선구자
통조림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789년, 프랑스 병사들은 나폴레옹의 지휘 아래 유럽 전역을 정복하기 위해 장기간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배고픈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는 법.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굶주리는 일이 허다했던 병사들 사이에서는 괴혈병이 만연했다. 이에 제대로 된 전투식량의 개발이 절실해졌다. 신선한 음식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던 끝에 니콜라스 아페르의 아이디어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입구가 넓은 병에 삶은 고기와 채소 등 음식을 넣고 중탕한 다음 코르크 마개와 왁스로 밀봉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일명 ‘병조림’이라는 해결책 덕분에 조리 시간은 비약적으로 줄어들고, 취사도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이는 나폴레옹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유리병은 여전히 무겁고 깨지기 쉬웠다. 이러한 문제는 한 병조림 애호가에 의해 우연히 해결됐다. 기계공 출신이었던 피터 듀랜트는 추운 겨울날, 차가워진 병조림을 먹기 위해 깡통에 음식을 부어 데워 먹었고, 그러다 문득 무릎을 탁 치며 깡통을 이용한 통조림을 개발하게 됐다. 병조림보다 가볍고 튼튼한 캔 통조림은 이후 일반 시민들의 식생활에도 혁신을 몰고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식품 산업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