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여지도
파주에서
예술과 마주하기
파주에는 예술이 그물처럼 촘촘히 엮여있다. 책부터 영화, 미디어아트 등 다루는 장르의 폭도 넓다.
차디찬 겨울바람에도 따스한 예술의 향기가 스며있는 파주로 간다.
📝글. 조수빈 / 📷사진. 박갑순 /
🎨그림. 위든(witheun)
지혜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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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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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
- 매일 10:00~20:00
책으로 지은 세상
파주는 출판문화인들의 꿈이 모여 있는 출판도시다. 그 중심에 있는 ‘지혜의 숲’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 활자로 피어나 책이 되어 모이는 곳이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 서재 지혜의 숲은 입구부터 압도적이다. 입구에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통로 내내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책들이 ‘지혜의 숲’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약 13만 권의 책들은 모두 국내 학자, 전문가 등 개인을 비롯해 출판사의 기증 도서들이다.
지혜의 숲은 총 3개 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1관에서는 개인이 기증한 도서를, 2관에서는 출판사 기증 도서를 만날 수 있는데, 문학, 역사, 사회과학, 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 이르는 책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넓은 책상이 곳곳에 놓여 있으니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뽑아 들어 어디서든 편히 읽으면 그만이다. 백색소음과 향긋한 차를 곁들이고 싶다면 2관의 카페로 가면 된다.
2관에서 긴 복도로 된 갤러리를 통과하면 3관에 도착한다. 이곳은 책의 곁에서 하룻밤을 꼬박 지새울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인데, 24시간 개방하고 있어 늦은 밤까지 독서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온 도시가 적막에 빠진 한밤중 오로지 책의 향기에만 흠뻑 취할 수 있으니 마음이 더없이 넉넉해진다.
명필름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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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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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
- 공간별 상이, 홈페이지 참고(http://mf-ar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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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31-930-6600
영화를 향한 진심으로
한 권의 책으로 태어난 꿈들이 ‘지혜의 숲’에 모여 있다면, 한 편의 영화가 된 꿈들은 ‘명필름 아트센터’에 모여 있다. 명필름 아트센터는 1995년 설립된 영화 제작사 명필름에서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영화’라는 주제를 보다 다양한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우선 약 30년간 5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해 온 명필름이 궁금하다면 아카이브룸으로 향하면 된다.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아이 캔 스피크> 등 명필름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아카이빙해 두었을 뿐 아니라, 영화에 등장했던 소품, 수상 트로피 등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영화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스크리닝룸은 관람권 없이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소박한 영화감상실이다. 이곳에서는 단편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이 상시 상영되고 있다. 영화관처럼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편식 없이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운명처럼 인생작을 만날지도 모른다.
지하에 위치한 영화관은 주말 이틀 동안만 영화를 상영한다. 그래서 볼 수 있는 작품 수는 제한적이지만 시설의 수준은 웬만한 대형 멀티플렉스 못지않다. 4K 영사시스템과 46개의 스피커를 장착해 영화 본연의 소리와 영상을 정교하게 구현해내는 모습에서 이들이 얼마나 영화에 진심인지 느낄 수 있다.
뮤지엄 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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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평화로 88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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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
- 매일 10:0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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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1588-4817
현실과 환상의 경계
‘뮤지엄 헤이’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뮤지엄 헤이라는 이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핀란드의 인사말 ‘Hei’에서 따온 것으로 ‘반갑고 기분 좋은 안녕’이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기분 좋은 일들만 일어난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별천지 같은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넓은 벽면과 바닥을 모두 캔버스로 활용해 작품을 담아내고 있는데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하다. 어둠 속에 빛나는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시공간을 초월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헤이 파크, 헤이 씨어터, 헤이 스퀘어 등의 공간들에서는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시공간, 자연, 일상 등 20여 가지의 콘텐츠를 독특한 매력으로 담아내고 있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들이 있으니 한참을 앉아 넋을 놓고 있어도 좋다.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끝내 마음에도 큰 울림이 전해진다. 30분마다 상영되는 <르누아르의 순간들> 놓치지 말자. 프랑스 작가 르누아르의 삶과 작품을 담고 있는데, 마치 작품 속의 한 인물이 된 것만 같은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 공간은 전시관을 관통하는 70m의 대형 광장이다. 거울을 활용해 광활하고 무한한 공간을 연출하고 있는데, 현실과 환상 그 사이 어디쯤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