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지도

청년의 시선으로
그린 재미있단양

‘단양노트’는 단양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구경시장의 작은 골목에서 단양의 색을 입힌 서적과 기념품을 통해 지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이승준 크리에이터를 만나봤다. 단양노트 이승준 크리에이터

📝글. 허승희  /  📷사진. 황지현

단양을 기록하는 상점

면적 780.16㎢, 인구 27,086명의 작은 군. 그렇지만 단양은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다운 지역이다. 그리고 ‘단양노트’는 단양의 중심부에서 약 6년째 책, 엽서, 컵, 티셔츠, 메모지 등 다양한 로컬 콘텐츠를 통해 이곳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단양노트를 운영하는 이승준 크리에이터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오직 단양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단양과의 인연이 깊어진 건 이곳에서 헌책방 ‘새한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 덕분이었다. “아버지가 제천 출신인데, 제천과 단양이 워낙 가깝거든요. 20년 넘게 이곳에서 서점을 운영하셨어요. 저는 서울에서 마케팅 회사를 다니며, 가끔씩만 단양에 들렀었죠. 그러다 제 미래를 그려보니 더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획부터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다가 서점으로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서점을 알리기 위해 로고를 제작하거나 행사를 진행하고, 굿즈를 제작하는 등의 일을 했었어요.”
서점을 리브랜딩했던 경험으로 탄생한 공간이 굿즈숍 ‘단양노트’다. 처음에는 이미 사람들에게 각인된 ‘단양’이라는 이미지를 더 확장하는 일이 관건이었다. 이 크리에이터는 수익보다는 ‘단양의 스토리’를 먼저 짜기로 했다. “처음에는 여러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단양의 사계절을 만나보게 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방문하면서 단양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그리거나 표현해 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웹툰, 드로잉 등 표현 방법은 다양했죠.”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단양의 스토리에 줄기를 더하고, 단양의 풍경을 젊고 창조적인 시각이 담긴 굿즈로 제작했다.
그가 예술가들과 함께 제작한 굿즈는 단양노트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카페 거리, 패러글라이딩 명소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보는 굿즈는 여행 당시의 추억과 더해져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청년들을 만나 활기를 더하다

단양은 도담삼봉, 고수동굴 같은 자연경관을 비롯해 만천하스카이워크, 카페 거리 등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며 관광객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이 크리에이터는 여러 가지 명소들을 하나로 잇기 위해 ‘단양 여권 스탬프 투어’를 만들었다. 여행객들이 여권에 표기된 상점에 방문한 뒤 스탬프를 받아오면, 단양노트의 굿즈를 전달받는 식이다. “단양의 대표적인 명소 외에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이나 숨은 여행지를 소개하고 싶었어요. 총 40여 명의 지역민을 직접 만나 상호에 맞는 도장 디자인을 해드리고 도움을 요청했죠. 다들 만족스러워하시더라고요.”
단양의 숨은 보석들을 혼자만 보고 즐길 수 없었다고 전하는 이 크리에이터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단양노트를 중심으로 지역 내 청년들과 함께 단양에서의 삶을 조금씩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그가 단양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 함께 만든 커뮤니티 ‘단양청년문화협동조합’에는 제과, 요식업,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청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단양에 왔을 땐 막막했어요.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그걸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단양에서 창업하거나 가업을 잇는 청년들과 함께 힘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돕고 유대감을 나누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이 크리에이터는 청년들과 나눈 아이디어를 통해 ‘예쁘면 단양’이라는 제과점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마늘빵, 마늘소금빵 등 지역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디저트, 단양 명소가 새겨진 쿠키 등을 판매했다. 현재는 ‘모든 여행의 순간’이라는 엽서숍을 운영하며 단양에서의 모든 순간을 한 장의 엽서로 전하고 있다. 이 참신한 아이디어 덕분에 단양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들르는 핫 플레이스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단양노트에서

아티스트와 컬래버한 굿즈, 청년조합 창설, 지자체와의 협업 등 지역에서 해볼 건 다 해본 것 같은데, 이 크리에이터의 꿈은 더 깊고 찬란하다. “처음에는 저도 단양의 매력을 몰랐어요. 아버지의 서점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단양에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앞으로는 단양 외곽의 숨은 매력까지 널리 알리는 동시에 단양노트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키우고 싶어요.”
단양노트가 위치한 구경시장은 단양의 중심지다. 모든 사람이 한 번쯤 찾는 이곳보다는 산속에 위치했었지만,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왔던 새한서점처럼 그곳이 곧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목적형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이 크리에이터의 꿈이다. “지금은 단양노트에서 책과 굿즈만 판매하고 있는데 차차 식음료도 다루고 게스트하우스처럼 머물렀다 갈 수 있는, 그런 다채로움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어요. 그림이나 글 외에도 다른 방법으로 단양을 알리는 건 어떨까요? 예전에 단양노트에서 버스킹을 한 적이 있는데, 가수를 초청해서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고 여행객을 직접 가이드를 하면서 단양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요.”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란 늘 어렵고 바쁘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차다. 그래서 이 크리에이터는 멈출 줄 모른다. 아직 단양에는 알리고픈 매력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원들을 체험 프로그램 같은 무형의 콘텐츠로 개발해 나가고 싶어 마음이 바쁘단다.
작지만 매력적인 도시, 단양. 양방산 전망대, 고수동굴, 단양강 잔도길 등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은 이미 너무나 유명하다. 동시에 아직도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푸르른 자연 속을 산책하듯 걸으며 단양의 풍경을 만끽한 뒤, 지역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양노트에 들러보자. 이 크리에이터의 꿈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단양의 진정한 매력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