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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트래쉬버스터즈는 그저 일상적으로 쓰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대단한 용기나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요.
내가 한 번 쓰고 버린 일회용품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처럼 내가 한 번이라도 덜 버리고 더 사용하는 작은 실천이 모여서 지구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요.

일회용품 쓰레기가 배출되기 전에 잡아두는 사람들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은 더욱 늘어 지난해에는 일회용컵 사용량이 10억 개를 넘어섰다.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방법은 딱 한가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여기 ‘트래쉬버스터즈’가 찾은 방법은 ‘재사용’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주황색 컵과 브랜드 로고 그리고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낯선 이름.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회용기 서비스 업체다. 일회용컵이 사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다회용컵을 제공하고 수거해 세척 후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한다. 트래쉬버스터즈라는 이름과 브랜드 콘셉트는 1984년 미국에서 처음 방영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고스트버스터즈〉가 뉴욕시에 출몰하는 유령을 잡아들이는 유령 퇴치 전문 회사라면 트래쉬버스터즈는 다회용기를 제공함으로써 일회용품 쓰레기 출몰을 줄인달까? 공동창업자이자 트래쉬버스터즈의 브랜드 마케팅을 책임지는 최안나 CBO는 무엇보다 그 일들을 언제나 유쾌하고 재미있게 처리해나가는 주인공들의 바이브를 가져오고 싶었다고 한다.
“이상 기온으로 인한 기후, 동식물 생태계 등의 문제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이 커졌죠. 그런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환경단체 종사자라거나 평소 환경 문제에 깊은 성찰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희는 그 이유를 ‘진지함’에서 찾았어요.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이다 보니 환경 관련 이야기를 다들 너무 어렵게만 풀어내고 대안도, 접근 방식도 딱딱한 것 같아요. 그래서 트래쉬버스터즈는 그저 일상적으로 쓰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대단한 용기나 방법이 필요한 게 아니라고요. 내가 한 번 쓰고 버린 일회용품이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처럼 내가 한 번이라도 덜 버리고 더 사용하는 작은 실천이 모여서 지구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요. 그렇게 트래쉬버스터즈의 슬로건 “It’s not a big deal”이 탄생한 거죠.”

지금, 지구의 중심에 있는 플라스틱

트래쉬버스터즈가 사업을 고민한 건 지난 2019년 무렵이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곽재원 대표는 당시 축제 감독으로 일했는데, 늘 행사가 끝나고 나면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최안나 CBO를 비롯해 곽재원 대표와 뜻을 함께한 동료들은 이 경험으로 사업 아이템을 기획해 서울시 청년투자사업 공모에 제출했는데, 이것이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자연스럽게 축제나 공연장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들의 창업과 함께 코로나19가 찾아왔다는 점이다. “납품이 예정돼 있던 많은 축제와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됐어요. 사업 지원금으로 코로나19 시기를 겨우 버티며 다른 길을 찾았죠. 단계적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으로 염두에 뒀던 영화관, 장례식장, 경기장 등 다른 분야에 집중하면서 서비스를 알렸어요.” 여러 사람이 지속적으로 사무실을 이용하는 공유 오피스의 탕비실부터 CGV, 메가박스 같은 대형 영화관의 일부 지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트래쉬버스터즈도 다양한 수요에 따라 제품군을 개발했다. 다회용컵은 11oz, 14oz, 16oz, 20oz로 세분화되어 있고, 현장에서 간단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문화가 보편적인 축제용 다회용기는 스푼, 포크, 보울, 플레이트, 14oz 컵까지 구성했다. 창업 후 약 2년, 5명이었던 직원은 50명이 됐고, 정기적으로 다회용컵 대여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사는 140개 사로 늘었다.

재사용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위해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겠다. 그런데 그 다회용기 정말 괜찮은 걸까? 이제 소비자들은 다회용기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트래쉬버스터즈가 제공하는 다회용기는 총 여섯 가지 과정을 거쳐 출고된다. 우선 초음파세척 후 음식물과 잔여물을 불리고 애벌세척한다. 이어 고온·고압수 세척 단계를 거치면 열풍 건조한 뒤에 UV-C 살균 소독까지 거치는 과정이다. 물론 그 뒤에도 잘 세척됐는지 정밀 검수를 해야 비로소 진공 포장 단계에 이를 수 있다. 트래쉬버스터즈에 따르면 이로써 바이러스는 99%까지 박멸된다. 일반 일회용품에 남아 있는 미생물과 비교해도 소독을 거친 다회용기의 잔여 미생물이 월등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최안나 CBO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사용, 재활용이 뒤따라야 하거든요. 그런데 일회용품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썼던 것을 다시 쓰는 것이 불편하고 지저분하고 어렵다고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근데 우리는 원래 재사용에 익숙한 사람들이었거든요. 아주 쉬운 예로 예전에 중국음식을 시켜 먹고 그릇을 밖에 내놓으면 수거해가던 것과 다르지 않아요. 그 잊었던 감각을 되살릴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쓰는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요.”
트래쉬버스터즈는 매월 버스팅스코어를 공유한다. 이 수치는 다회용기를 사용함으로써 버려지지 않은 일회용품의 수다. 지난 2019년 9월 창립 이후부터 지난 8월까지의 누적 버스팅스코어는 7,901,806. 이 수치가 ‘지난해 일회용컵 사용량 10억 개’라는 수치를 대신할 만큼 커진다면 지구는 조금 더 깨끗해져 있지 않을까.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트래쉬버스터즈

문의 02-6010-1164

홈페이지 http://trashbuster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