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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품이 없으면 만들어 쓰면 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지퍼백과 비닐봉지 대신 천주머니를,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두루마리 휴지 대신 수건을.’
키워드로 공간을 읽어낼 때가 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할수록 키워드는 선명하다. <숲을>에서 찾은 키워드는 두 가지, ‘대신’과 ‘함께’다. ‘대신’은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것들을 지구에 무해하거나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물품들로 바꿔 쓰자는 의미이고, ‘함께’는 공공재인 지구를 지키는 데는 ‘많은 이의 조금씩의 노력’이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권은선<숲을>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함께 하는 것”이라며 “그 실천 중 하나가 지구환경에 유해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의 대체재를 찾아쓰는 일”이라고 말했다. “상점 안에 ‘대신’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인 건 이 때문일 것”이라며 “잘 찾아보면 되살림이나 용기 같은 단어도 제법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권 대표가 제안하는 많은 대체재 중 <숲을>을 대표하는 대체재는 ‘알맹 장바구니’다. 천주머니나 장바구니라는 말 대신 굳이 ‘알맹 장바구니’라고 부르는 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권 대표는 “양파나 과일, 쌈채 등을 담는 비닐팩의 대체재가 바로 알맹 장바구니”라며 “자투리 천이나 재활용 천을 활용해 만들어 자원순환 효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찮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면 누구라도 대안생활이 가능하다”라며 “생활필수품 중 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의 대체재를 찾아 쓰거나 비닐 대신 용기나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우유팩을 수거하는 등의 쉬운 부분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함께’, ‘조금씩’ 바꿔가는 일상을 꿈꿉니다

외형적으로 <숲을>은 딱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우리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필요한 물품과 세제 등이 가득하다. 이 가운데 세제는 손님들이 용기를 가지고 오면 담아주는 리필스테이션(세탁세제 2 ~ 3 종류와 베이킹소다, 구연산, 설탕 원당 등)으로 운영되고,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포장은 하지 않는 무포장 가게로 운영된다. 우유팩과 멸균팩, 플라스틱 뚜껑, 정수기 필터 등을 수거하는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고, 환경 교육 서비스와 환경 캠페인 등 사회적인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 중 환경 캠페인은 <숲을>이 주축이 돼 구성한 경주 환경 모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활동이나 ‘담배꽁초 수거’ 캠페인 등을 한다.
<숲을>의 특별함은 이 모임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롯한다. 삶의 방향과 결이 비슷한 사람과의 어울림은 늘 큰 시너지를 낸다. 서로 다른 분야지만 각자의 방식과 여건에 맞춰 지구와 사람에 이로운 대안들을 적용한다. <숲을>이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직접 살필 수 있다. 권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는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 좀 더 쉬워지고 그 효과도 큰 것 같다”라며 “이들과 함께 서로가 서로의 삶을 잘 지켜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며 살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interview
“제가 노력하는 제로웨이스터인 것처럼
노력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과 사람이고 싶어요.” <숲을> 권은선 대표

<숲을>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사람들에게 이곳을 소개할 때 쓰는 슬로건이 하나 있습니다. ‘푸른 지구를 위해 지금 함께 하자 말하는 가게’인데요. 말하자면, 저도 이 슬로건을 계기로 오게 됐습니다. 원래 이곳은 ‘수풀 림(林)’ 자를 이름으로 쓰는 이림 선생님이 3년 반 정도 전에 오픈한 곳인데요. 그때 경주 로컬마켓인 달팽이시장에서 선생님을 만났고, 운영 취지에 공감해 조금씩 도와드리다가, 올 초 건강한 빵을 만드는 <느림보상점>과 함께 <숲을>의 운영을 맡게 됐습니다. 참고로 달팽이시장은 환경을 생각하는 경주의 작은 장터입니다.

제로웨이스트 숍이 처음인 분들에게 권할 만한 제품이 있다면요?

고체치약이랑 나무 칫솔을 가장 먼저 써보시라고 권해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대체재라서 구하기도 쉽고 이용하기도 괜찮거든요. 그다음으로는 스테인리스 빨대와 밀랍 랩을 추천합니다. 이들은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품이면서 플라스틱과 비닐의 대체재이기도 해 일석이조죠. 특히 6개월간 재사용이 가능한 밀랍 랩은 생각보다 유용해서 꼭 한 번 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담배꽁초 수거 같은 환경 캠페인들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일 텐데요.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내 아이를 비롯한 미래 세대가 살 공간이 지속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면 ‘지금의 내가 좋은 선택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처음엔 ‘내 아이에게’란 생각이 있었는데, 하다 보니 이 모든 게 지금의 내가 살아가고 살아야 할 세상,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더라고요. 지금 당장 내 눈앞에 해로운 건 없지만 향후 몇 년 안은 분명히 다를 거니까요. 그것에 대한 위기감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안생활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결국은 내가 좋아서 내가 행복해서, 미래의 나를 위해 하는 일인 것이죠.

요즘 마음속에 떠오르는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경주 환경 모임을 보다 활성화해 플로깅, 환경캠페인 같은 ‘함께’ 하는 활동들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숲을>이 지금보다 조금 더 알려져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생활을 알아가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이를테면 ‘일회용 랩을 안 써도 되는 거였구나’, ‘그래, 이렇게 하면 되는 거였어’ 같은 소소한 깨달음들이요. 그렇게 해서 조금 덜 소비하고, 친환경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선택의 방향을 바꾸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 계실 때 충분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숲을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소금강로8번길 11-2, 2층

문의 0507-1305-9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