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투어

식집사 따라
떠나는 초록 여행

손톱보다도 작은 씨앗을 우리 품보다 커다란 나무로 키워내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 경이로운 일을 해낸 ‘한국수자원공사의 드루이드’ 지덕영 대리가 식집사 생활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나섰다.
푸른 여정에 박진선 대리, 정우재 사원이 함께했다.

경기서북권지사
박진선 대리, 지덕영 대리, 정우재 사원

📝글. 허승희  /  📷사진. 황지현

식물 기르는 재미를 전파하라

지덕영 대리는 경기서북권지사에서 소문난 식집사다. 문득 사무실이 너무 삭막한 것 같다는 생각에 중고 화분을 구매해 사무실에 두고는 정성으로 길렀다. 그러길 어느새 3년. 일산정수장 사무실에는 녹색 식물이 가득하다. “사무실에서 식물을 애지중지 기르는 모습을 본 관리부장님께서 한날 저에게 ‘사적인 투어’를 신청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번 주제 중 하나가 ‘식집사 여행’이라면서요. 모두 함께 식물 기르는 즐거움을 알면 좋지 않겠냐는 말에 신청하게 되었어요.” 지덕영 대리의 식물 투어에 초대된 사람은 박진선 대리와 정우재 사원. 그중 박진선 대리는 평소에도 지덕영 대리와 식물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식집사 동료다. 세 사람이 경기도 고양의 한 화훼단지로 들어섰다. 따뜻한 온기와 싱그러운 풀냄새에 취해 “전 이곳에 한 달에 한 번은 오는 것 같아요. 꽃과 식물 사이를 걷기만 해도 기분 전환이 돼요.”라고 말하는 지덕영 대리에게 박진선 대리는 “저는 용인에 있는 남사화훼단지를 주로 가는데, 규모가 아주 커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답니다. 여기는 처음 와 보는데, 지사에서 가까워서 좋네요.”라며 열심히 이곳저곳을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
식물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두 사람의 말에 정우재 사원은 묵묵히 귀를 기울일 뿐이다. “저는 파리지옥을 선물 받아서 키우는 중인데, 모기가 줄어들고 좋더라고요. 오늘도 신기한 식물들을 구경할 생각에 설레요.”라며 오늘을 계기로 식집사 생활에 입문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리가 심을 봄 고르기

오늘 세 사람은 자체 미션을 가지고 왔다. 일산정수장과 고양정수장에 버려진 화분이 많은데, 거기에 모종을 심어 동료들에게 나누어줄 작정이다. 그런 만큼 사무실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 위주로 구매할 예정이다. 카트를 끌고 온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식쇼핑’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카트에 실린 것은 분갈이용 혼합토와 마사토다. “영양제가 어디에 있지? 영양제도 사요.” 지덕영 대리의 말에 박진선 대리가 얼른 영양제를 카트에 넣었다. 두 사람이 쇼핑에 손발을 착착 맞췄다면, 정우재 사원은 예산을 넘지 않도록 꼼꼼하게 가격을 체크하며 그들을 뒤따랐다.그러다 지덕영 대리가 한국수자원공사와 딱 어울리는 식물을 찾았다며 손짓했다. 바로 워터코인인데, 비록 물을 뜻하는 ‘워터’는 아니지만, 수질 정화 능력이 좋아 수경재배에도 알맞다. “수경재배를 몇 번 시도해봤는데, 자꾸 뿌리가 썩더라고요.”라며 속상해하는 박진선 대리에게 점원이 “뿌리에 있는 흙을 모두 털어내는 게 중요해요. 흙이 남아있으면 썩어버리거든요.”라며 팁을 전해주었다.
지덕영 대리도 자신만의 모종 고르는 팁이 있단다. “일부러 꽃망울이 작은 모종을 사려고 해요. 키우면서 꽃을 틔우는 맛이 있거든요.” 그러자 박진선 대리가 “이 조그마한 것들이 다 꽃망울이에요.”라고 말을 받으며 꽃망울이 탁 터져 만개하면 봄을 만끽할 수 있다며 웃었다. 한편 꽃향기에 푹 취해있던 정우재 사원에게 박진선 대리가 화분 하나를 건넸다. 향이 천 리를 간다고 해서 이름 붙은 천리향이다. “이제껏 제가 맡아 본 향 중에 가장 좋아요!”라는 정우재 사원의 호응에 선배 식집사 두 사람이 ‘그럼 그렇지!’ 하는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날 세 사람이 구매한 모종은 약 40여 개. 즐겁게 쇼핑을 했으니 이제 나누어줄 차례다. 먼저 지덕영 대리가 근무하는 일산정수장으로 향했다.

가장 깨끗한 물로 키울 준비 완료

일산정수장의 문을 열자마자 보스턴 고사리와 사람 키만 한 몬스테라, 여인초가 잎을 팔랑이며 인사를 건넸다. 또 한편에는 지덕영 대리의 ‘애착 식물’인 레몬 나무가 싱그러움을 자랑했다. “합숙소에서 지낼 때 옆방 동료가 레몬 청을 만들고 남긴 씨앗을 심은 거예요. 처음에는 ‘싹이 날까?’ 싶었는데 8년이 지나니 이렇게나 컸어요. 우리 일산정수장에서 만든 가장 깨끗한 물로 키우고 있죠.”라며 뿌듯하게 말했다.
세 사람이 가장 먼저 식물을 선물한 사람은 장기은 대리다. 업무로 인해 오늘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한 장기은 대리에게 노란 꽃잎이 사랑스러운 베고니아를 선물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아든 장기은 대리는 “평소에도 식물에 관심이 많아 다육식물에 몇 번 도전해 봤거든요. 잘 키우지는 못했었는데 덕영 대리님의 도움을 받아 베고니아는 잘 키워볼게요.”라며 웃었다.
일산정수장에서의 식물 전달식을 마무리한 다음 세 사람은 곧장 고양정수장으로 향했다. 식물을 한 아름 안고 등장하자 이미 식물을 키우는 사람도, 식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도 모두 관심 집중이다.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이야, 애플민트 향이 참 좋다.”, “이런 녀석들이 키우기가 쉬워. 이거 어때?”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며 어떤 식물을 입양할지 골라보기도 했다. 이미 모두의 마음에는 푸른 정원이 펼쳐진 듯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세 사람. 기르는 행복을 전하기 전, 이미 나누는 행복을 한껏 느낀 이들 머리 위로 따뜻한 봄바람이 스쳤다.

  • 마가렛은 실내에서 기르기 좋은 꽃입니다. 햇빛과 물을 좋아하니 창가에 두면 좋아요. 4월에 꽃이 피는데, 관리만 잘 하면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답니다. 모두 도전해보세요.

  • 사무실에서 기르기 좋은 녀석으로 베고니아를 추천합니다. 건조한 공기를 촉촉하게 만들어주는데, 24시간 기계가 돌아가는 정수장에서도 버티는 강한 친구입니다. 다만 과습과 추위에 취약하다는 점 꼭 알아두세요!

  •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워터코인이 딱이에요. 워터코인을 키울 때 유의할 점은 단 하나, 직사광선만 피하면 된답니다. 그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워터코인을 볼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