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갈지도

숲에서 흐른 미소

담양

담양에도 숲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토록 다양할 줄은 몰랐다.
봄이라 더욱 반가운 초록이었다.

📝글. 박재현 소설가   📷사진. 황지현

죽녹원

어쩌면 하나

왜인지 여기선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 담담하고 굳세어 보이는 대나무의 자태 때문일까. 촘촘하게 서 있는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천천히 해도 된다며 얼굴에 앉는다. 압도적인 평화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리 얇고 긴 나무가 어떻게 서 있나 싶은데, 사실 대나무는 뿌리가 옆으로 뻗어 나가 서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땅 밑의 가로가 땅 위의 세로를 튼튼하게 붙잡고 있는 것이다. 수백 개의 존재가 아니라 어느새 하나의 유기체로 와닿는다. 앞을 가득 채우는 초록 잎은 말도 없이 하늘거리며 길을 안내해 준다. 걸으며 생각한다.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죽녹원에는 아트센터, 제다실, 족욕 체험장, 한옥 카페 등의 여러 즐길 거리가 있다. 그중 죽녹원 아트센터에서는 돔형 스크린에서 미디어아트로 펼쳐지는 대나무숲을 관람할 수 있다.

관방제림

물이 주는 선물

물 옆에 있는 숲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관방제는 관방천에 있는 제방으로 수해를 막기 위해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 이 관방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숲이 관방제림이다. 300살이 넘는 나무들이 빼곡하게 있어 우아한 공기가 흐른다. 괜히 여기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아니다. 나무가 다양하게 있어 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을 상상해 본다. 뭘 걸쳐도 멋진 모델처럼 장신의 나무들은 어느 때나 고상할 것이다. 물을 보며 걷다가 이따금씩 보이는 백로처럼 한 자리에 머물러 보자. 물에 비친 하늘을 오랫동안 봐도 좋고, 물 가운데 있는 징검다리에서 숲을 바라보는 것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

@emotional_photo_

반려견과 함께 천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를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 자전거길을 달리는 것도 좋다.

메타세쿼이아 랜드

사람 그리고 나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로수길이다. 걸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늠름한 군인처럼 도열해 있다. 관방제림의 나무보다 키가 더 크다. 나무에 압도되는 기분에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만다. 양쪽 나무들의 가지가 45도로 뻗어 있어 터널처럼 길을 감싼다. 잎이 무성해지면 더욱 아늑해지겠지. 길이 워낙 길어 끝이 잘 안 보일 정도다. 길 위에서 인물을 어떻게 찍어도 근사한 사진이 된다. 사람과 나무의 단순한 조화가 주는 멋이 깊다. 태초부터 함께한 사이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우리에게 진정한 쉼도 나무 옆에 있을 때 아닌가.

메타세쿼이아 랜드 한편에는 고운 흙길이 나 있는데, 신발을 벗고 맨발에 한걸음씩 디디면 흙의 촉감과 기운이 느껴진다.

용마루길

풍경을 걷는 기쁨

이곳에 오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탁 트인 담양호가 눈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리 높지 않은 추월산이 호수와 적절하게 어울려 드넓은 풍광을 보여준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목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곡선이라 트래킹의 재미를 더해 준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뒤에서 지그시 밀어주고. 그 뒤로는 나무 데크와 흙길이 이어진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풍경에 금세 산뜻해진다.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걷는 거겠지. 걷는 기쁨을 망각할 때마다 이런 곳에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한동안은 이곳에서의 편안한 호흡과 가벼운 발걸음을 잊지 못할 것만 같다.

용마루길은 입구 목교를 지나 시작되는 1길부터 3길까지 이어지며, 벚꽃 피는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준다.